폴란드의 대표적인 일러스트 작가 ‘파웰 쿠친스키(Pawel Kuczynski), 그의 작품 세계
파웰 쿠친스키(Pawel Kuczynski), 당신이 이 낯선 폴란드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단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레딧, 인스타그램 등 소위 잘 나간다는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그의 작품을 찾기란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줍는 것처럼 무척이나 쉽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심지어 10여 년 전에 그가 그렸던 작품들 조차 요즘 일어나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다시 재생산되어 인터넷에서 무섭게 확산되기도 한다. 포켓몬 고’라는 모바일 게임에 열광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화제가 된 그의 최근 작품 ‘Control’은 무려 3천만회 이상의 조회수와 50만개 이상의 좋아요 및 공유를 기록했다. (출처 1)
그렇다면 왜 그의 작품에 전 세계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파웰 쿠친스키의 작품은 분명 다른 여타의 작품들과 다르다. 귄위주의, 정당 정치, 동물 학대, 소셜 미디어 중독 등의 사회 문제를 풍자적으로, 하지만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게 그 의미를 명확하게 그림 안에 담아낸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정치 카툰니스트이자 풍자 화가 혹은 21세기판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말한다. (출처 2)
파웰 쿠친스키(Pawel Kuczynski)의 콘트롤(Control) |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Warsaw)에 있는 캐리커처 및 만화 예술 박물관의 큐레이터, 카롤리나 프리멜빅(Karolina Prymlewicz)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출처 2)
“그는 초현실주의의 미학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시각적 은유를 능숙하게 사용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결코 화려하지 않죠. 그저 색연필과 수채화 삽화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담담히 표현해 낼 뿐입니다. 그럼에도, 파웰 씨는 그의 작품 안에는 자신만의 진지한 정치적, 사회적 판단과 철학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 어느 특정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 집단과 타협하려 들지 않죠. 넘쳐나는 블랙 코미디와 유머,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그의 작품이 현대인에게 인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도 말하기 꺼려하는 정치 문제를 소신있게 다룬 작품들
파웰 쿠친스키는 그의 작품에서 사회 부조리, 기술적 소외 및 정치적 억압 등 누구도 말하기 꺼려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주저 없이 다룬다. 그에 대한 좋은 예가 아래의 ‘대통령(president)’ 란 작품이다. 이 작품을 파웰이 개인 SNS에 올릴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라는 무기로 미국과 유럽에 극우 혁명을 미친 듯이 전파하고 있었다.
파웰의 이 대담한 작품은 인터넷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된다. 그럼 그는 언제부터 정치, 사회문제를 그림 안에 담으려고 했을까?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틱한 특별한 계기로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밝힌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또 공모전에 입상을 하다 보니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파웰 쿠친스키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발전하는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를 염려 섞인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현대인들이 소셜 미디어와 휴대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면서 느끼는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 악덕 정치인들과 기업이 자신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내는 악의적인 가짜 뉴스로 도배된 인터넷 세상, 그리고 그것들을 맹목적으로 믿는 무비판적인 대중을 풍자적인 색채를 입힌 그림으로 표현해낸다.
‘초연결 사회’ 속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냈다는 그의 작품, 완벽한 정원(Perfect Garden)을 보자. 그는 이 작품에서 ‘하나로 연결된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소 무겁고 철학적이며 사회 구조학적인 어려운 문제를 대중에게 잘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역시나 많은 이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뜨거운 토론의 장’을 만들어 냈다. (출처 3)
“제가 포츠난(Poznań)에 있는 미술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미술을 전공했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제 친구 중 한 명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아이든 도안 만화 콘테스트(Aydin Dogan Cartoon Contest)에 작품을 출품해보면 어떠냐고 권유했죠. 그때가 2004년이었죠. 그 당시만 해도 전 삽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친구 와 함께 풍자적인 그림을 그려 출품을 했습니다. 그리고 1등을 따냈죠. 그 이후 졸업 후, 2013년 세르비아에서 열리는 반전 만화(Salon of Antiwar Cartoons)에서 정치 만화로 은상과 함께 800유로를 상금으로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본격적으로 정치와 사회를 그림 속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파웰 쿠친스키(Pawel Kuczynski)의 혁명(Revolution) |
정치, 사회문제를 한 장의 그림 안에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특히 젊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낸다. 하지만, 정작 그의 고향, 폴란드 안에서 만큼은 예외였다. 비록 현재의 폴란드가 대통령제의 민주공화국 나라지만, 불과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공산주의 정권하에 있었던 보수적인 국가였다. 그러다 보니 정부 관료뿐만 아니라 폴란드 안에서 권력의 맛을 본 저명한 예술가들 입장에서 정부와 사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의 행위가 곱게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출처 3)
그런 열약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소신과 결심을 굽히지 않고 창작욕을 불태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국에서 조차 인정을 받는다. 전 세계에서 100여 개 이상의 상을 휩쓸고 초 현실주의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공로로 2005 년 폴란드 만화 협회에서 “Eryk”상을 수여받는다. 이 상은 예술가로서 어느 특정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 집단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는 그의 결심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에 그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의 구조적 문제를 담은 작품들
완벽한 정원(Perfect Garden) |
“저는 종종 제 그림이 과학기술을 마냥 반대한다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첨단 기술을 좋아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인터넷 없는 삶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 작업물은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터넷을 통해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편리하고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하지만, 동전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첨단 기술은 다양한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관객에게 이러한 문제를 연상시켜 그들 나름대로 이를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어 공론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분명 이 주제는 난해하고 하나의 정확한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다양한 해석으로 제 작품 자체가 살아나기 시작한다면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원했던 목표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판 초 현실주의 작가
저명한 폴란드계 미국인 소설가 제르지 코진스키(Jerzy Kosinski)는 “진정한 예술의 원칙은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연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파월 쿠진스키의 작품은 제르지의 극찬을 들을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그는 초현실주의를 적절히 활용해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대중에게 연상시키게 만드는 놀라운 작품들을 창조해냈다.
하지만, 기존 파블로 피카소,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 화가의 작품들과 어딘듯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기존의 초 현실주의 작가들은 현실의 모순과 대립을 종합하여 새로운 잠재의식과 꿈의 모호한 세계에서 표현한다. 그들은 그렇게 현실을 넘어선 현실을 표현해낸다. (출처 4)
하지만, 파웰의 경우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강조, 노출, 정의 및 명확화 하는 것을 목표로 초현실주의를 쓴다. 그는 창조한 또 다른 세계에서 현실을 표현하는 대신에 현실을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끌어당겨 현실 자체를 초현실주의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21세 기판 초 현실주의 화가’라 표현하기도 한다.
“저는 결코 누군가를 ‘계몽’시키기 위해, ‘인간의 영혼’을 깨우기 위해 그리고 ‘올바른 길’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제 그림이 관객에게 어떠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또 내 작품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궁금해할 뿐입니다. 현대 미술은 가끔 사회, 정치, 환경 등의 여러 문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너무 난해하고 추상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작품에 있는 메시지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의미가 전달되어 그들 자신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예술입니다.”
풍자 일러스트 대가이자 21세기판 초현실주의 화가, 파웰 쿠친스키(Pawel Kuczynski)의 최신 그림은 그의 홈페이지, [pawelkuczynski.com] 혹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출처 1) Beckett Mufson, Dark Political Cartoons Show How Technology Is Our New Master, VICE, 2016/7/28
출처 2) Social Satirical Illustrations by Pawel Kuczynski, Life and More, 2021/10/6
출처 3) Tony Robert Cochran, Paweł Kuczyński & “the surreal reality that surrounds us.”, tonyrobertcochrancom, 2017/10/11
출처 4) wordinking, 초현실주의 미술적 사상을 넘어서 현실을 표현하다, wordinking, 20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