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집에서 듣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바꾼 가장 상징적인 풍경중 하나다. 그렇다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수업은 더욱 지루해졌고, 과제는 더 많아졌다.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고 시험 성적은 떨어졌다. 만약 당신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일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우선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왜 우리는 공부를 싫어하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 것이다. 또한 온라인 비대면 학습의 가장 큰 문제점과 그 해결책 그리고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게임과 학습의 관계와 요즘 뜨고 있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도 자세히 다뤄볼 것이다.
교육 트렌드에 관심이 많으신 분, 자녀 혹은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공부방법을 찾고 계신 분, 교육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왜 우리는 공부를 싫어하는가?
같은 자리에서 게임을 잠시 한 것 같은데 시간이 두 시간 훌쩍 지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은지 불과 십여분만에 집중력은 떨어지고, 몸은 쑤시고, 졸음이 몰려온 적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공부는 게임과 반대로 재미가 없고 지루하기 때문에. 놀랍도록 이 단순한 답변이 우리가 공부를 싫어하는 큰 이유다.
게임과 공부는 ‘재미 추구’와 ‘새로운 지식 정보 획득’ 면에서 얼핏보면 분명 다른 목적을 갖고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생각해보면 둘 다 비슷한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게임과 공부는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잘 생각해보라. 간단하게 왼쪽과 오른쪽 방향키만 쓰는 단순한 게임일지라도 게임내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그 목표를 달성해 낼 수 있는지 빠르게 학습해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나 좀 더 복잡하고 여럿이 함께 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더 깊은 게임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요구된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잘 하는 사람의 플레이를 반복해서 시청하고 연습해보거나, 공략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결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잘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왜 우리는 게임이 재미있을까?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울티마 온라인〉, 〈스타워즈 갤럭시〉 등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을 만든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 라프 코스터(Raphael Koster)는 그의 저서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에서 명쾌한 대답을 내놓는다. 참고로 이 책은 출판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게임 학과가 있는 전 세계 대학에서 필독서 쓰이고 있다. 그만큼 게임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일종의 성경처럼 여겨지고 있다. <1> <2>
왜 공부는 게임처럼 재미가 있지 않을까?
라프코스트의 ‘재미이론’에서 보았듯이 게임 또한 ‘학습’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공부는 게임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인지 과학자이자 국민대 재직 중인 유재명 교수는 ‘재미이론’을 토대로 공부가 지루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3>
일찍이 스키너의 ‘가르치는 기계’와 닌텐도의 ‘영어 삼매경’을 통해 게임하듯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빠른 피드백과 성공에 따른 긍정적인 보상은 학생과 게이머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과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하지만, 대부분의 교육환경은 이런 요소가 철저히 무시되고 배제되어왔다. 학생들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길고 지루한 수업을 장시간에 걸쳐 들어야 한다. 또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배운다. 학습과정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보다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보상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하고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는 인식이 생긴다. 그리고 피드백은 잘 주어지지 않거나 전혀 없다.
아무리 화려한 음악과 영상으로 치장된 컴퓨터 게임이라도 이런 식이라면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요즘 게임 중독 때문에 말들이 많다. 이것은 게임 회사들이 게이머들로 하여금 현실을 잊고 게임에만 몰두할 만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들과 경쟁을 할 만큼 학교 교육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한 초등학교 교과서 집필자는 교과서 오류에 대해 기자가 검증 과정이 불충분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교과서, 그거 하나 만드는 데 그렇게까지 하란 말입니까”라고 대답했다는 유명 일화는 교육계가 얼마나 참담한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 실정이니 당연히 학생들은 공부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분명 공부에서 ‘재미’까지 기대하긴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게임회사들은 적어도 재미에 대해서만큼은 “그렇게까지” 하고 있다.
게임하듯 공부하는 학습, 에듀테인먼트/게이미피케이션
학습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교육심리학 분야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래서 몇십 년간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교수법이 새롭게 등장하여 반짝 인기를 얻고 ,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졌다. 이제 또 다른 형태의 교수법이 등장했다. 게임을 하듯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일컫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와 게임 요소를 교육분야에 적용해 자발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다. 더욱이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획일화된 수업방식, 전문지식 암기 위주의 공부, 낮은 수준의 OECD 학생 삶 만족도, 사교육비 증가 등은 새로운 과감한 시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과 가상·증강 현실 등을 활용한 교육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인공지능 학습조교나 멘토를 통한 자기주도 학습력 신장, 개인 맞춤형 개별화 학습 지원 등 의 목표로 개설된 대표적인 정부 주도 학습 사이트가 바로 EBS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다.
‘온라인 비대면 교육’-학습격차가 더 벌어지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찾아왔다. 갑자기 모든 수업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교육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게이미피케이션과 에듀테인먼트의 결과물들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무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조사한 ‘초·중학교 원격수업에서의 학습 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 탐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등교수업보다 원격수업에서 수업 이해도, 집중도 등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교육격차와 학력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4>
현직 교사들은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학습격차’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학습격차의 원인’은 무엇일까? 교사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원인으로 ‘원격수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피로도와 집중도 하락’이 있었다. 다음으로는 ‘교사-학생 간 즉각적인 상호작용의 어려움’ 그리고 ‘학습자별 수업 이해도 파악의 어려움’ 순이였다.
그렇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는 ‘학습격차의 본질적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원격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습격차의 심화’라는데 동의하지만, 그 원인이 ‘가정환경의 차이’에 있다고 분석한다. <5>
집에서 혼자 듣는 온라인 수업의 경우, 선생님의 실질적인 도움과 관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가 선생님의 역할 일부를 대신해줘야 온라인 수업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부모님은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지 매번 꼼꼼히 확인해줘야 하고, 숙제나 수행평가, 지필 평가 등을 더 세밀하게 신경 써줘야만 한다.
그러나 자녀 교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가구의 학생들은 부모님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그들은 수업 도중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어도 선생님이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모르는 내용은 무시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학습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까지 다다른다.
교육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
가정 형편이 좋은 집이라면 빠른 인터넷, 최신식 컴퓨터 그리고 수업 중에 고생한다고 과일을 깎아주시는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그것뿐인가? 집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다 보니 놀 시간에 공부 좀 더 하라고 유명한 과외선생님도 붙여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어떨까? 다음 아래의 다섯 가지 항목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습격차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중 2,4,5 번이 당신의 상황과 일치한다면 불행하게도 ‘가족의 소득 수준때문에 교육의 불평등’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성적이 떨어졌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학습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
- 자기 주도 학습능력의 부족
- 선생님과의 원활한 소통 부족
- 부모님에게서 학습 보조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
- 경제적 형편으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정환경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성적이 떨어진 결정적 이유는
“당신의 집이 못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완벽한 방법
그렇다면 교육부는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을까? 저소득층 가정에게 온라인 학습을 위한 기자재를 보급하고 쌍방향 수업 비율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완벽하게 해결할 놀랍도록 간단한 방법이 있다.
사실 이 단 한 문장을 쓰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공부를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게임과 공부의 관계’ 그리고 ‘에듀테인먼트/게이미피케이션’을 이야기했다. 상상해보라. 게임같은 수업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게 되면 경험치를 획득한다. 봉사활동으로 얻은 보상금으로 매점에서 간식을 산다. 과제는 하나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어려운 과제는 더 큰 보상을 준다. 시험은 레벨업을 위한 단순한 무대일뿐 실패란 없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레벨업이 늦어질 뿐이다. 선생님은 언제나 도움을 주는 보조 캐릭터다. 수업의 모든 임무를 완수하면 더 큰 보상이 주어진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실제 일어난다면 돈을 내고 PC방에 가서라도 게임하듯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새롭게 불타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수업을 게임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지만, 이러한 게임 같은 수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교육, 게임처럼 즐겨라』의 저자,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의 저서에 소개된 예를 들어보자. 김 교수는 경제학의 ‘이자율’을 청소년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보드게임으로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냈다. 이후 학생들은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자율’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세히 게임같은 강의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6>
교수들의 강의는 재미가 없고, 소통도 부족하고 내용 전달도 안 된다. 수업도 게임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불만을 듣고 게이미피케이션을 강의에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소통하면서 강의를 하니 자연스럽게 결석률은 줄어들었고 딴짓하는 학생도 눈에 띄게 줄어들더군요.
사실 게임을 적용한 프로젝트 수업이나 협동 학습은 학생들의 활동이 많아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록 배우는 양은 적지만 학생들의 참여도와 몰입도가 좋아서 강의 만족도와 학업 성취도는 긍정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문제들
대학이라는 다소 자율적인 교육환경이 아닌 꽉 짜인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교육 콘텐츠는 재미가 없다. 단순히 주입식 지식 전달에만 치중하다 보니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할 수도 없게 되었다. 또한 교사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새로운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을 버리긴 이른다. 우리나라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과 같은 기업들을 보유한 게임 강국이다. 그들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분명 재미있고 학습욕구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마무리
온라인 비대면 수업, 왜 나만 성적이 떨어졌을까?
이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재미없음.
이를 해결할 방법은 교육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의 중독성과 재미를 가져오는 요소를 그래도 교육환경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교육의 실천자인 일선 교사들부터 ‘게임은 공부의 적’이다 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교육기관은 유명 게임 회사와 협업을 통해 재미가 우선인 학습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분명 그날이 오긴 하겠지만 ‘곧’은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학생들은 손을 놓고 기다려야만 할까?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의외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이트가 해외에 많이 있다. 그중 하나인 블루켓(Blooket)을 다음에 자세히 설명해볼 것이다. 그때까지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 있든 늘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빈다.
추천 포스트
게임으로 공부하는 블루켓(Blooket)
미국에서 난리난 바로 그 게이미피케이션
출처
- 출처 1)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10주년 개정판, 길벗, 2017/3/25
- 출처 2) Ryan Rigney, A Game Design Legend Revisits His Theory of Fun, WIRED, 2013/11/18
- 출처 3) 유재명,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3), 사이언스온, 2011/5/6
- 출처 4)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초·중학교 교사의 원격수업에 대한 인식 및 전략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 2021
- 출처 5) 이상구, 코로나19, 교육 불평등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다, 프레시안, 2020/10/5
- 출처 6) 최화진, 수업을 게임처럼, 재미-소통-배움을 한번에, 한겨레, 2017/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