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이 바뀐 후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라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그리고 신문기사를 읽을 때마다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멍해지는 기분을 요즘 자주 느낀다.
매일 무수히 쏟아지는 뉴스 기사를 읽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소모한다. 정치인의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비참한 경제사정 때문에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저려오기까지 한다.
왜 이럴까? 뉴스가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뉴스 영향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실제로 뉴스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권위 있는 심리학자와 미디어 기자에게서 그 답을 찾아본다.
24시간 ‘뉴스의 바다’에 빠져 사는 우리
우리는 뉴스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낸다. 24시간 뉴스만 방송하는 TV나 라디오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 등의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 페이지 등 개인 소셜 미디어까지 무한한 뉴스의 바다에 빠져 매일 허우적대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과 귀를 막고 뉴스를 무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심리학회(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열 명 중 한 명은 뉴스를 매시간마다 확인하고, 전체 미국인 중 20%는 개인 소셜미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뉴스 헤드라인 기사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매일 장시간 뉴스에 노출된 절반 이상의 미국인은 뉴스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감, 피로감 및 수면 장애 등을 겪고 있다.(1)
뉴스 영향력 – 뉴스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
정말로 뉴스가 우리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서섹스 대학교(Sussex Universit)의 심리학 명예교수, 그라함 다베이(Graham Davey) 박사 교수의 연구팀은 부정적인 뉴스가 실제로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실험대상을 세 그룹으로 분류하고 긍정적인 성향의 뉴스, 부정적인 뉴스 그리고 중간 형태의 뉴스를 14분간 시청하고 그들의 감정적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그 결과 장시간 부정적인 뉴스를 시청할 경우에 감정의 기복이 커졌고, 우울증과 불안감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2) 다베이박사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3)
“뉴스란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나 사건을 전달해주는 소중한 대중 매체죠. 아니.. 그랬었죠. 뉴스는 불과 15년에서 20년 사이에 그 성격이 완전히 변질되었어요. 이제 뉴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를 먼저 선점해서 다루려고만 하죠. 그래야 쉬운 돈벌이가 되거든요. 이제 뉴스는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질병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다베이 교수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4)
“뉴스를 시청하면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 없는 것들, 우리가 몰라도 되는 것들을 알게 돼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쓸데없는 뉴스들이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든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걱정거리들은 스트레스를 불러오죠. 스트레스가 신체 질병의 좋은 원료가 되는 것은 잘 아시죠?
좋아요. 좋은 예를 들어보죠. 우린 20년 전만 해도 온난화로 인한 남극 빙하 문제, 일본의 방사능 오염 문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문제, 도날드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문제 등 이런 정치, 경제, 환경 등 여러 문제를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았어요. 우리는 단지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만 걱정하면 되었다고요.
지금은 어때요? 페이스북 한 페이지에 나와있는 뉴스 헤드라인을 우연히 클릭하게 되면 또 다른 관련 기사가 따라나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오는 기사에 관심이 생겨 검색하여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죠. 그리고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이거 알아? 내가 찾아봤는데… 그렇지? 정말 큰일이야.’라고요.
그런데 우린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의 뇌는 원래부터 부정적이고 안 좋은 것에 끌리도록 설정되어있어요. 무섭고, 싫고, 역겹고, 화나 것을 무시하고 안 보려 해도 그게 무척이나 궁금하거든요. 문제는 우리가 너무 많은 뉴스에 접해있다 보니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뉴스는 감정을 빨아드리는 블랙홀
가디언지(The Guardian)의 엘리사 가베트(Elisa Gabbert) 기자는 뉴스기사를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현상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바로 공감 피로 혹은 연민 피로(compassion fatigue) 때문이라고 말한다.(5)
공감 피로란 전문직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아픔과 시련을 공감하고 동정하는 결과로 생기는 피로감을 말한다. 환자들의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정신적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정에 이입하게 되고, 이런 과정이 계속 누적되어 집중력 장애, 기억력 감퇴, 우울증, 잦은 감정 기복 등의 정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위장 장애, 현기증, 두통, 만성피로 및 수면 장애를 겪게 되는 현상이다.
엘리스 가베트 기자는 이런 공감 피로는 의사들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매일 접하는 일반인도 겪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소셜미디어, 24시간 뉴스 등에서 계속 다루는 큰 사건 사고의 경우, 그 당시 사고 당사자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고 그 상황에 동화된다. 게다가 부정적이고 안좋은 뉴스를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접할경우, 2차 외상 스트레스(secondary traumatic stress)에서 나타나는 증세를 겪게 된다.
마무리 – 뉴스와 거리두기
결국 다베이 교수와 가베트 기자의 결론은 비슷하다. 우리가 많은 뉴스에 노출되다 보면 의도치않게 우리는 감정의 소모를 겪고 그 과정이 반복되고 누적이 되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신적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것은 뉴스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하루에 많은 양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쉽게 지치는 일이 많은 때이니 만큼, 정치관련 뉴스와 약간은 거리를 두는 것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가 갖아야하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1)Stress in America™ Survey: US at ‘Lowest Point We Can Remember;’ Future of Nation Most Commonly Reported Source of Stress,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2) Wendy M. J, Graham C. L. D, The psychological impact of negative TV news bulletins: The catastrophizing of personal worrie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2011/4/13
- 3) MARKHAM HEID, You Asked: Is It Bad for You to Read the News Constantly?,The Times , 2018/1/31
- 4) Vaish A.,Grossmann T. & Woodward A., Not all emotions are created equal: The negativity bias in social-emotional development, 2008/5, 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 5)Gabbert, E., Is compassion fatigue inevitable in an age of 24-hour news?, The Guardian, 201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