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아내는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이 안 좋다며 아이 앞에서 당분간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앞에서 매일 조그만 화면만 들어다보고 있으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아내의 말에 나는 괜한 걱정이라며 건성으로 넘겼다. 그렇지만 아내는 그런 나의 태도가 문제라며 시작된 말다툼이었다.
지금도 스마트폰의 강렬하면서 유혹적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우리 아이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사줘야 적당할지 덜컥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어느 정도 아내의 말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하기사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줄 충분한 나이가 되면 내가 상상하지 못할 놀라운 기능을 가진 새로운 디지털 물건이 나와있을 것이라 생각에 이런 걱정은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지금 성장기의 자녀를 둔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걱정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을 것이다. 과연 우리 아이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주어야 할까? 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찾아본다.
우리 아이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줘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어야 하는 적정 나이는 없다. 그러므로 부모와 자녀 모두가 적정한 때라고 생각했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 폰을 주는 것이 좋다. 여기서의 ‘적정한 때’란 가족의 가치관과 아이의 성격과 성향, 그리고 필요도 등 다양한 조건에서 일치를 이루었을 때를 말한다.
가족의 가치관과 아이의 성격에 따라 스마트폰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보통 스마트폰은 교육, 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의 세 가지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사용되고 있다. 만약 부모와 아이가 스마트 폰을 교육 분야에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아이에게 일찍 주어도 되지만, 아이의 성향이 오락과 SNS에 치우칠 것 같다고 우려된다면 스마트 폰을 최대한 늦게 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폰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트래커 앱인 Bark.us의 사장, 티타니아 조던(Titania Jordan)은 아이의 나이가 아니라 각 가족의 상황에 따라 스마트 폰을 주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족 환경과 아이 성향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스마트 폰을 아이에게 주기 전에 자기가 생각하는 가족의 가치관, 아이의 정신적, 육체적 발육상태, 그리고 필요도를 꼼꼼하게 평가하셔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불안과 우울에 취약한 성향이라면, 실제 삶이 아닌 SNS상에서 행복한 모습만 보여지는 모습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미리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 부모와 자녀에게 요구되는 것
미시건 대학교에서 『 미디어와 테크놀로지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조사한 파시나 알아데(Fashina Alade) 교수는 자녀가 스마트 폰을 갖기 위해서는 책임감, 절제와 통제력, 사회적 성숙 등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모가 보여주는 스마트폰 습관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므로 부모 또한 성숙한 태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2)
“어른은 아이의 좋은 모델이자 본보기입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하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식사 때마다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하죠.
아이들은 본 대로 따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려고 결심했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반성해보고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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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스마트폰은 판도라 상자일까?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호기심에 못 이겨 끝내 뚜껑을 열였다. 그리고 판도라 상자에서 온갖 재앙과 재악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그렇지만, 상자 안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희망’은 우리 삶속의 힘든 상황을 용기있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에게 주어주는 스마트폰도’ 판도라 상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자녀에게 세상의 온갖 재앙과 제악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기에 부모의 성숙한 태도와 가르침만이 자녀의 스마트폰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다.
지금 부모들은 육아 역사상 최초로 스마트폰 문제를 접한 첫 세대다. 그러므로 우리의 결정이 자녀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아직 확실한 자료와 연구결과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첫 부모 세대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스마트폰을 대하는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선물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1) Taylor Pittman, What Age Should My Kid Get A Smartphone?, HUFFPOST, 2018/11/7
- 2) Fashina Alade, When should your children get a smartphone, Fast Company, 2019/12/14
- 3) 최희정 기자, [시선]‘청소년 유해물 차단 앱’ 설치 의무화…약일까 독일까, 뉴시스, 2015/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