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유머스럽지만 신랄하게 비꼬아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 ‘스티브 커츠(Steve Cutt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중 한 명이다. 그는 환경 파괴, 물질 만능 주의, 소셜 미디어와 핸드폰 중독 등의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한 장의 일러스트와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오늘은 그의 대표작인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알아보고, 그가 대중매체와 나누었던 인터뷰를 통해 그를 짧게나마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는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게 될 것이다.
illustration by Steve Cutt
신랄한 사회풍자의 대가, 스티브 커츠(Steve Cutts)
스티브 커스
런던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 ‘스티브 커츠(Steve Cutts)’는 한때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것과 예술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는 것을 고민했었다. 그는 후자를 골랐지만 조각가 대신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영국 광고회사(Glueisobar)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12년 12월 21일 그가 유튜브에 올린 ‘Man’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커츠는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한다.(출처 1)
“정말 깜짝 놀랐죠. 동영상을 올리고 난 다음날에 같이 일해 볼 생각 없냐는 공동작업 이메일과 한 번도 연락해 본 적 없는 유명 영화 제작사에서 연락이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졌어요.”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람을 핸드폰만 보는 좀비로 표현되거나, 소가 똥을 싸는 모습을 시청하는 멍청한 시청자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그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신랄한 풍자와 유머를 스티브 커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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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유머라는 양념을 넣고 비틀고 꼬아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가난, 탐욕, 부패, 물질 만능주의, 소비지 상주의, 마약 등은 쉽게 설명하기도 어렵고, 사람들이 알기를 꺼려하기도 하죠. 왜냐면 현실은 무척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유머가 필요하죠. 유머는 진실을 볼 수 있게 도와주고 미친 현실을 살아가는데 작게나마 필요한 힘을 주거든요. 유머가 들어가 있는 그림과 만화를 통해 사람들은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제 작품의 역할은 충분해 해냈다고 생각해요.” (출처 2)
illustration by Steve Cutts
조각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지금은 유명한 애니메이터인 스티브 커즈는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인내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해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정해놓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네 맞아요.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평범한 말이죠. 하지만 요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놓고 거기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자기 일에 환멸을 느끼고 너무 쉽게 관둬요. 인터넷은 저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를 줬듯이 많은 사람에게도 숨겨진 기회가 있어요. 하지만 그 기회를 잡기까지 정말 끊임없는 인내심을 가져야만 해요.” (출처 3)
스티브 커츠의 Happiness’는 어둡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도시 속 현대인을 쥐로 묘사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물어본다. 대량소비, 이기주의와 자본주의 등 현대 도시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잉과 폭력을 쥐의 세계로 풍자하여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현대인이 다양한 형태의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지만, 결국 본인이 원하는 물질적 가치 때문에 다시 일터의 덫에 잡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의 씁쓸한 모습을 반추하게 된다.
어느 물질적인 풍요로도 쉽게 채울 수 없는 진실한 행복은 무엇일까? 4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동안 현대 도시 사회의 물질 만능 주의와 진정한 행복의 의미과 가치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Happiness by Steve Cutts
Man, 3분에 안에 보는 인류의 지구파괴 역사
illustration by Steve Cutts
2012년 12월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 ‘Man’은 50만 년 전에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어떻게 지구와 환경을 파괴해갔는지 3분 36초라는 짧은 시간에 흥겹고 알차게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탐욕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동·식물을 남획하고, 그를 토대로 산업화를 이루어낸 지난 우리의 역사는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종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유머스러우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해냈다.
Man by Steve Cutts
Are You Lost In The World Like Me?, SNS 중독으로 인한 소통단절과 인간소외
illustration by Steve Cutts
스티브 커츠는 모비(Moby)라는 음악가의 새로운 프로젝트 ‘Moby & The Void Pacific Choir’의 곡 Are You Lost In The World Like Me? 의 뮤직 비디오를 맡았다. 여기서도 그만의 신랄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SNS 중독과 현대인의 소통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을 잘 보여 주었다. 열 마디의 글보다 한 폭의 그림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커츠의 이 작품은 2017년에 국제 디지털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웹사이트에게 주어지는 상인 웨비상(Webby Award for animation)을 받았다.
Moby & The Void Pacific Choir – Are You Lost In The World Like Me? (Official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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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Steve Cutts
어느 비평가는 스티브 커츠의 작품이 너무 비관적이며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며 불평한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낱낱이 들춰내어, 우리가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커츠 같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여 많은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자신만의 문제와 해결 방법을 찾게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