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전 나는『 일제강점기! 한눈에 보는 추천 역사 사이트 10』에서 심각한 역사왜곡을 우려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었다.
“단순하다. 그들이 역사 공부를 게을리해서? 전혀 아니다. 역사왜곡이 돈이 되고 자신만의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왜곡에 망언을 일삼는 협잡꾼, 매국노, 친일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재미를 위해, 돈을 위해, 그리고 권력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를 것이다.”
이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한글 보급에 앞장섰다고 한국 유튜버의 주장, 홍범도 장군은 빨갱이라 육군 사관학교에서 그의 흉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논란, 한일 과거사 문제 검토는 ‘반일감정’을 조성한다는 대통령의 입장 등은 지금 2023년 한국의 역사가 크게 퇴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불안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나부터 올바른 역사관을 갖아야 한다라는 위기 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 가장 논란이 많은 홍범도 장군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근 한 달여간 그와 관련된 동영상, 서적, 관련 논문, 친필 편지 등을 두루 살펴보면서, 부패한 군인, 지주, 자본가들에 맞서 싸웠으며,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을 꺾기 위해 자신의 한 목숨을 과감히 희생한 홍범도라는 인물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번 글은 ‘위대한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살펴볼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그의 친필 편지, 교육용 자료, 다큐멘터리 영상, 그리고 현재 그의 흉상 이전과 관련된 논란 등을 집중해서 다뤄본다.
수행평가를 위해 홍범도 장군 관련 자료를 찾는 학생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 글이 되어줄 것이다.
홍범도 장군, 그는 누구인가?
홍범도는 조선 말기의 의병장이며,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군인이다. 그는 만주 봉오동에서 일본 정규군과의 처절한 전투를 큰 승리로 이끈 위대한 장군이었지만, 그가 정규군을 지휘·통솔하는 장군의 자리에 임명되거나 취임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그는 정식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천민’의 자식이었기에 그때로 보면 평민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경도 지방 민중사이에서 “축지법을 구사하는 신출귀몰의 명장”으로, 또 그와 싸웠던 일본군은 “날으는 장군(飛將軍)”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갖고 있는 뛰어난 군사적 자질과 존경받을 만한 인품이 그를 ‘위대한 장군’이라 불리게 했다.
역사 학계에서는 대체로 홍범도 장군을 투철한 민족주의자이자, 의병에서 독립군으로 발전한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인물로 간주한다. 반면에 북한과 연변, 러시아의 학계에서는 그를 프롤레타리아 계급인 가난한 소작농의 자식이지만, 일제와 싸우다가 나중에 사회주의자로 전향·발전한 영웅적 인물로 파악한다.(1)
이렇듯 역사적으로 매력적이며 위대한 인물이기에 그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를 다룬 역사 소설과 영화에서 중요 인물로 비중 있게 나오고 있다.
홍범도 장군 일대기
위대한 인물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어떤 상황과 입장에 처해 있었는지, 또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에 관심을 갖다 보면 그의 삶을 보다 진솔하게 이해하게 되며 그의 투철한 생애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는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과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그중 일부를 간략히 요약하여 알기 쉽게 적어내려 봤다.(2)(3)
“최고예우”로 마침내 고국 품으로 돌아온 위대한 장군
1920년 독립 무장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일컬어지는 봉오동 전투. 홍범도 장군은 이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며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리게 되며, 대한독립군 총사령관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불행이도 조국의 독립을 직접 보지 못한 채 1943년 75세 나이로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유해가 사후 78년 만인 2021년 8월 15일 광복절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밝혀진 일화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당시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카자흐스탄 정부가 협조를 약속하며 이루어낸 위대한 결과였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6대가 엄호비행한 홍범도 장군의 귀환길은 그야말로 “최고예우”로 치러졌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과 안장식에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직 인사 모두가 참여했으며, 일부 방송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맞춰 애국심 고취 및 민족 정체성 함양 등의 공로를 인정해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으며, 당시 국가보훈처는 ‘장군의 귀환’이라는 표어로 온라인 추모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에서 홍범도 장군특별전과 강연회가 연일 개최되었다. (3)
관련 영상 #1-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과 관련한 다양한 미디어 뉴스와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러나 영화 ‘대장 김창수’, ‘암살’ 등에서 카리스마있는 광복군 역할을 맡은 조진웅 배우가 국민특사로 장군의 유해봉환에 참여한 다큐멘터리는 특히나 인상적이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정부가 홍범도 장군 부관참시
그런데 홍범도 장군 유해가 “최고예우”로 봉환된 지 불과 2년 만에 경악스럽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2023년 8월25일, 느닷없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정부에서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해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성명문을 배포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침이 단지 육군사관학교 차원에서 결정된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이 더욱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국방부는 홍 장군 흉상을 옮기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5)
놀이를 동물이나 어린아이의 생활에 나타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기능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생물학과 심리학의 경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문화를 예의 주시해 보면 놀이가 문화의 정립 이전부터 당당한 크기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고, 이어 선사 시대의 초창기부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수반하면서 그 속에 침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놀이가 ‘일상’ 생활과는 구분되는 잘 정의된 특질을 가진 행위로 정립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요한 하위징아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이라고 국방부가 주장하는 세가지 의혹, 그리고 그 진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주장하는 ‘홍 장군 행적 관련 의혹’은 크게 세가지다.
그러나 42년간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행적을 연구한 이동순 영남대 명예 교수 외 한국역사학회 등 역사 단체 51곳은 국방부의 주장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편협하게 취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꾼 것이며, 일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리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부기관이 주장한 내용이 담겨있는 문서가 허위와 무지, 그리고 역사에 대한 몰이해로 쓰여졌다고 크게 비판한다.(6)(7)(8)
그렇다면 국방부의 주장 세 가지와 그와 관련된 사실은 무엇일까?
1. 홍범도는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공산당원이다.
홍 장군이 1868년에 태어났다. 1927년에는 이미 59세였다. 당시 기준으론 적잖은 고령이었고, 특히 소련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련 공산당에 입당해야만 했다. 또한, 일제 식민지 당시, 소련공산당은 한국 독립운동의 우군이었다. 레닌 정부는 한국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금화 200만루블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그중에서 금화 60만루블이 실제 지급했다.
2. 홍범도는 봉오동과 청산리전투에도 빨치산으로서 참가했다.
빨치산이란 말은 러시아어 파르티잔(Партизан)에서 온 외래어로, 비정규 게릴라를 가리키는 용어다. 따라서,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에서 독립군 부대를 빨치산부대로 지칭하는 표현이 적잖이 등장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빨치산’이란 말을 ‘공산주의 무장부대’로 사용하는 용어라고 주장한다. 이 용어의 의미가 ‘비정규 게릴라’에서 ‘공산주의 무장부대’로 크게 바뀐것은 해방 이후다.
3. 홍범도는 자유시참변 당시 독립군을 재판하는 위원이었다.
실제 독립군을 이끈 홍 장군은 재판에 회부된 독립군 부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판관으로 참석했다. 실제 재판에서 징역 2년형의 유죄 판결을 받은 건 3명에 불과했다.
관련 영상과 글 #2- 홍범도 장군 논란 원인은?
이동순 교수는 홍범도 장군 때문에 독립군들이 몰살 당했다, 홍범도 장군은 빨갱이다 등 국방부 문서의 자료 모두가 전부 거짓이라며 일목요연하게 반박한다. 또한, 홍범도 장군 논란 원인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왜곡된 역사인식을 갖고 항일 독립전쟁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2023년 3.1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우리를 지배하고, 침략했던 국가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하는 동지가 될 수 있다.”는 연설을 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 일본은 침략자였지만 지금은 동반자가 되었다는 주장을 넘어, 일제강점기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를 쌓아 건국을 준비한 시기로 미화한다는 큰 우려를 낳았다.(9)
이와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유튜브 동영상과 『 돌아온 뉴라이트 세력, 홍범도를 지우려는 진짜 이유』에서 확인할 수 있다.
꼭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철 지난 이념논쟁으로 ‘위대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암담한 시대적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홍범도 동상 이전 논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부정적이며, 오히려 홍범도 장군을 제대로 알아보자라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홍범도 장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책, 교육용 자료, 다큐멘터리 등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홍범도 장군 관련 추천 도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일하는 ‘평산책방’에서 홍범도 장군 평전을 쓴 작가를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철거를 우회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위한 행사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홍범도 장군 관련 책 3종류를 직접 소개했다. 그 책들은 다음과 같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
홍범도 장군을 42년간 연구해온
이동순 교수 역작
홍범도 평전
문재인 대통령 2020년 독서의 달 추천도서
봉오동·청산리 대첩 100주년
범도
집필부터 탈고까지 10년,
항일 무장투쟁의 대서사시
2. 교사를 위한 역사 수업 자료 – 홍범도 장군
독립 기념관 교육정보 서비스에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교재, 교재 붙임자료, 프리젠테이션 자료, 학습지도안이 포함된 교사용 자료 등 국내중등용 교육자료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현재 독립 기념관 교육정보 서비스 센터가 일시 폐쇄되어 접근이 안됩니다.)
3. 홍범도 장군 관련 추천 다큐멘터리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봉오동.청산리 승전 100년을 맞이하여 민족 영웅, 홍범도 장군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2부에 걸쳐 방송하였다. 이 방송에서 그동안 몰랐던 전설의 의병장 홍범도의 인간적인 모습과 함께 1922년 제1회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한 홍범도 장군 생전영상을 최초 공개한다.
마무리 – 위대한 홍범도 장군을 기리며
천민 출신의 머슴이자 산포수, 그리고 광산 노동자 출신의 독립군 사령관 홍범도 장군.
비록 그는 한 개인에 불과했지만 부대를 조직하여 단체로 활동하였고, 그 과정에서 온 가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나라와 겨레 사랑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긋는 민족적 차원의 대업적을 이루어냈다.
이 글을 준비하는 한 달여간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홍범도 장군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를 포함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외세의 침략으로 이민족 식민지가 되어 온갖 수모와 억압, 착취를 당하는 굴욕을 겪고 있었을 거란 확신이 든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고귀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어떻게 내 자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란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출처
- 1) 독립운동가열전 – 홍범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 2) 홍범도장군 일대기,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
- 3) 독립운동가열전-홍범도 생애와 독립전쟁,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 4) 오원석 기자, 홍범도 장군 유해 광복절에 봉환, 78년 만에 고국으로, 중앙일보, 2021/8/12
- 5) 이유진 기자, 홍범도 장군 유해 ‘엄호 비행’ 최고예우할 땐 언제고…, 한겨레, 2023/8/27
- 6) 강국진 기자, 국방부가 제기한 홍범도 장군 관련 의혹 살펴보니…역사 왜곡, 그마저도 부실해, 서울신문, 2023/8/30
- 7) 이경원 기자, 홍범도 논란의 핵심, 역사의 소급 적용, SBS 뉴스, 2023/8/30
- 8) 한겨레 정치부, 국방부 공문 수준, 처참하다…홍범도 철거 주장 오류 3가지, 한겨레, 2023/9/5
- 9) 권종술 기자, 돌아온 뉴라이트 세력, 홍범도를 지우려는 진짜 이유, 민중의 소리, 2023/8/29
다시봐도 엄청난 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댓글에 큰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