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5 곳 중 2곳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재택근무’는 기업의 트렌드이자 회사원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의 절약, 업무의 자율성과 개인의 여유시간 증대 등 재택근무만이 갖고 있는 장점들 때문에 많은 회사원들은 이번 코로나를 기회삼아 재택근무가 자신의 회사에 정착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집에서 업무를 보는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피로와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처 1) 그래서 오늘은 ‘재택근무는 정말 이상적인 근무방법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하시는 분이나 계획하고 계신 분, 비즈니스와 창업에 관심 있는 분, 그리고 미래의 직업 방식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 ![]() |
Photo by Anastasiia Chepinska on Unsplash |
코로나19이후 바뀐 직장생활, 재택근무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에 따라,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공공기관에서는 재택 및 원격근무의 시행을 점차 늘리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실시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40.5%의 기업이 이미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한 계획이라고 답했다. (출처 2)
![]() ![]() |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곳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출처: 사람인) |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능률성
출퇴근 시간에 구해 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편한 옷차림으로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재택근무는 사무직 직장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업무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실제로 업무의 효율성과 능률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을까?
중국의 여행 웹사이트, 씨트립(Ctrip)에서 정기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 직원들과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원격 근무자들의 실적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 13.5%나 높게 나타났다. 또한, 원격 근무자들의 퇴사율이 사무실 직원의 절반에 미쳤는데 이는 원격 근무자의 직무 만족도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출처 3) 이와 유사하게, 네트워킹 하드웨어, 보안 서비스 등을 제공, 판매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시스코(Cisco)는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후, 3천억 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자 시스코 직원들의 직급 만족도, 생산성과 효율성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모두 향상되었다. (출처 4)
![]() ![]() |
Photo by DJ Johnson on Unsplash |
준비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의 재택근무는 독약
씨트립이나 시스코와 같이 재택·원격 근무 환경에서 이익을 창출해 나가는 기업들은 이런 새로운 방식의 근무를 원활하게 해낼 수 있는 사내 인프라 시스템과 사원의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철저한 성과위주의 기업환경을 일찍부터 갖춰나갔다. 하지만, 사전 준비 없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극단적인 외부요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시작하게 된 재택근무는 오히려 득 보다 실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그 악영향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재택근무를 한 직원들 중 대다수는 가정과 직장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재택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증가하였으며, 대면이 필수적인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직원 간, 부서 간의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출처 5). 또한, 집에서 충실히 업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다 보니 업무시간이 끝난 후나 주말까지 일을 오히려 더하게 되었다고 불평했다. (출처 6)
게다가 사내정치가 활발하고, 팀워크가 강조되는 회사의 분위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인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었고, 조직 내에서 점차 소외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런 걱정은 승진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지, 혹은 더 나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후퇴로 대규모 감원이 발생하게 되면 자신이 정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을지 라는 등의 또 다른 걱정을 만들어냈다. (출처 7)
![]() ![]() |
Photo by Aditya Chinchure on Unsplash |
장기 재택근무는 차별과 불평등을 만들어
![]() ![]() |
에스터 까노니코 교수 |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방법인 재택근무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제 연구결과는 그 신뢰와 믿음이 결코 맞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재택근무가 장기화될수록,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더 이상 재택근무를 특별한 혜택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경력을 저해하는 회사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직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의 재택근무가 지속되면 재택근무자는 회사를 더 이상 신뢰하지도, 충성하지도 않게 되었어요.”
다시 집에서 회사로
이런 결정은 IBM 혼자만이 내린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야후(Yahoo),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애트나(Athena) 같은 대기업은 재택근무가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판단하여 원격근무 정책을 번복하였다. 이 기업들은 재택근무가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고, 협업을 중단시킨다고 분석했다. 또한 직원의 회사 신뢰도는 원격 근무정책을 펼친 후부터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재택·원격 근무 정책을 폐지한 것이다.(출처 10) 결국 에스터 교수의 장기 재택근무가 차별과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출처 1) 변재현 기자, 재택근무 한달째…노사 모두 피로감 호소, 서울경제, 2020/3/22
출처 2) 기업 5곳 중 2곳, 코로나19 대응 위한 ‘재택근무’ 동참!, 사람인, 2020/3/11
출처 3) Nicholas Bloom, To Raise Productivity, Let More Employees Work from Home, Harvard Business Review, 2014/1
출처 4) Cisco Study Finds Telecommuting Significantly Increases Employee Productivity, Work-Life Flexibility and Job Satisfaction, Cisco, 2009/6/26
출처 5) ‘길어지는 재택근무 피로감’…통신업계 자율 출근 확산, 노컷뉴스, 2020/4/14
출처 6) 임현석 기자 , 김민 기자, 회사는 다 보고 있다… 오늘 얼마만큼 일했는지, 동아일보, 2020/3/21
출처 7) 재택근무’ 인기 갈수록 시들, 한국일보, 2001/6/26
출처 8) Canonico. E, Putting the work-life interface into a temporal context: an empirical study of work-life balance by life stage and the consequences of homeworking, LSE, 2016
출처 9) Mark Eltringham, Working from home just as unproductive and frustrating as working in an office, Insight, 2016/9/7
출처 10) 배정원 기자, IBM 24년만에 재택근무 폐지… 직원들 서로 만나면 창의성 늘어, 조선 BIZ, 2017/10/19
[next]
![]() ![]() |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
장기적인 재택근무가 독이 되는 심리적 이유
그렇다면 왜 장기적인 재택근무가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독이 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의외로 인간만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일찍부터 대화와 소통이라는 형식으로 모르는 사람과 친밀성과 신뢰, 호감도를 쌓아나갔다. (출처 11) 하지만, 대화와 소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비언어적 행위인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와 촉각(Touch)이 장기간 동안 단절되면 의사소통은 불확실해지고, 신뢰, 호감, 친밀도는 해변가의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리기 쉽다. (출처 12), (출처 13)
재택 및 원격근무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텍스트는 업무와 함께 전달하는 실무자의 다양한 감정들을 모두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협업과 팀워크가 중요한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격화상 회의도 마찬가지로 스크린 화면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만큼, 바디 랭귀지를 인지하기에 무리가 있고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출처 14)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사람간의 정신적ㆍ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친밀성과 신뢰, 호감도를 떨어트리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따라서, 재택근무가 점차 길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으며, 더 나아가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카지노 호텔 체인,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Caesars Entertainment)의 수석 부사장, 미카엘 마사리(Michael Massari)는 직접 만나 회의(face-to-face meetings)가 아직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출처 15)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하여도, 여전히 직접 만나 회의하는 오래되고 전통적인 방식이 회의 참가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협업과 능률을 이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선택, 회사에서 쉬세요.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은 어떠한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비롯한 주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회사에서 직원이 서로 만나는 빈도가 높을수록 소통이 보다 원활해지고, 직원 간의 신뢰가 높아지며, 창의적인 생각으로 협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직원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녀를 위한 유치원, 운동시설, 휴게시설, 다양한 메뉴를 갖춘 식당 등의 직원을 위한 복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사내에 술집, 자전거수리센터, 세탁소 등의 개인 서비스를 지원하고, 반려동물을 회사에 데려오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출처 16)
![]() ![]() |
존 설리번 교수 |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IBM이나 YAHOO처럼 재택근무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있지는 않다. 이들은 직원의 창의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탄력적 재택근무도 병행하여 실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University of San Francisco) 인사전략과 교수, 존 설리번(John Sullivan)은 재택근무는 생산성 향상을 증대시키는데 효과적이고, 사무실 근무는 혁신과 창의성을 만드는데 적합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출처 17)
“1980~90년대에는 생산성이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원격근무가 탁월한 전략이였지요. 하지만, 혁신과 창의성이 필요한 지금의 시대에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 ![]() |
Photo by RyanMcGuire on Pixabay |
아직 몸이 덜풀린 ‘재택근무’라는 선수
출처 11) 이서영, 친밀성과 신뢰, 호감도가 높아지는 공리, 한국경제, 2017/5/27
출처 12) Dunning. G., Research in nonverbal communication, University of Nebraska, 2009/11/5
출처 13) Nicolas. G., Tactile Contact and Evaluation of the Toucher, 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2007/9
출처 14) Heather Kansteiner, Working from home? Here’s some body language tips to help you communicate effectively on digital platforms, HOUSTON LIFE, 2020/4/16
출처 15) Carol Kinsey Goman, Why IBM Brought Remote Workers Back To The Office — And Why Your Company Might Be Next, Fobes, 2017/10/12
출처 16) Forbes Technology Council, 13 Reasons Google Deserves Its ‘Best Company Culture’ Award, Forbes
출처 17) Tim askew, IBM and Bringing the Home-Based Worker Back to the Mother Ship, INC., 2017/3/27